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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리틀 포레스트> 기자의 자연? 덕질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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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14 10:03:07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리틀 포레스트> 기자의 자연? 덕질은 그렇게 시작됐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리틀 포레스트> 기자의 자연? 덕질은 그렇게 시작됐다
기자의 현재 스마트폰 상태

며칠간 잠을 못 잤다는 친구의 핸드폰 배경화면을 우연히 보았다. 주인의 심리를 반영이라도 한 듯 침대에 널브러져 누워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현대인의 또 다른 자아 스마트폰은 주인의 취향과 성향을 꽤 많이 드러내는 물건이다. 기자의 현재 핸드폰은 이런 모습이다. 왼쪽의 폰 배경은 영화 <안경>의 촬영지였던 일본 요론섬의 바다를 찍은 사진, 오른쪽 폰 케이스는 세일한다고 본능적으로 급하게 고른 폰 케이스다. 전자기기 주제에 온몸으로 ‘나는 자연人’이라고 외치고 있다.


올해 기자의 영화 취향도 “나는 자연人이 (되고 싶)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씨네플레이 기자들은 연말에 올해의 한국 영화와 외국 영화들을 뽑는다. 아직 2018년이 반이나 남았지만, 기자의 경우 올해의 한국/외국 영화 1위 자리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틀 포레스트>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상반기 개봉작 중 유일하게 5점 만점을 주고 싶은 영화다. 두 영화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삶과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 여러 배우와 영화, 드라마 덕질을 두루 섭렵해온 기자의 2018년 덕질 대상은 아마 ‘자연’인 듯싶다.

1.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리틀 포레스트> 기자의 자연? 덕질은 그렇게 시작됐다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를 일요일 조조 영화로 봤다. 직장인에게 일요일 아침에 밖을 나선다는 건 꽤 힘든 일이다. 영화가 시작할 때만 해도, 아직 잠이 덜 깬 몽롱한 상태였다. 영화에선 조용히 사계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과정을 바라보고 있자니 서서히 잠이 깼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선 순간에는 상쾌한 기분마저 들었다.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든지 마음먹고 계획 세우기 좋은 연초에 봐서 그런 걸까. 영화처럼 잘 먹고,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리틀 포레스트> 기자의 자연? 덕질은 그렇게 시작됐다
리틀 포레스트

감독 임순례

출연 김태리, 류준열, 문소리, 진기주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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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리틀 포레스트> 기자의 자연? 덕질은 그렇게 시작됐다
<리틀 포레스트>

영화의 잔상은 오래갔고, 급기야 가족 여행지를 컬링의 고장이자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 한창 뜨던 경북 의성으로 정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꽉 막힌 고속도로 사정 때문에 의성까지 가지 못하고 공주를 여행하기로 했다.

갑사를 내려오던 어느 옆 길

어딜 가든 사람 천지였을 어린이날 연휴. 계룡산에 있는 사찰, 갑사에서 옆길로 내려오는 산길에는 신기할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사람 소리가 사라지자 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이 바람에 맞닿아 내는 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리틀 포레스트>의 잔상으로 시작한 여행인데, 이 풍경을 보자 또 한 편의 영화가 생각났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개봉 2017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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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이즈음 이 영화에 꽂혔던 기자는 버스 창밖에 무성한 나뭇잎의 나무만 봐도 이어폰을 꺼내 영화의 O.S.T.를 무한 재생해 듣곤 했다. 엘리오(티모시 샬라메)가 홀로 버스를 타고 차창 밖을 바라볼 때 흘러나오는 ‘미스터리 오브 러브’(Mystery Of Love)에 특히 꽂혔다. 영화에 과몰입한 탓일까. 계룡산의 작고 조용한 물웅덩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자마자 다시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다. 엘리오가 올리버(아미 해머)에게 자신만 아는 호수로 데려가 호감을 표시하던 장면.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재생하자 이곳의 풍경은 이탈리아 부러울 것 없었다.

이탈리아는 가지 못했지만, 영화 삽입곡을 무한 반복해서 들었던 또다른 여행지가 있었다. 혹시 지난 칼럼(아래 링크)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 <안경>의 배경이 되었던 요론섬에서 발견한 한 피자 가게. 이곳에서만큼은 <안경>이 아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떠올랐다.

영화 <안경>에 나왔던 민박에 머물기로 결심했다
한 달 전쯤, 출근길에 급격히 심해진 미세 먼지 때문인지 숨이 턱턱 막혔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핸드폰으...
blog.naver.com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요론섬의 피자 가게

이곳의 푸른 창문을 보자마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창밖을 내다보던 엘리오의 모습이 떠올랐다. 큼지막한 창문과 대문, 안과 밖의 경계가 없는 가게 구조도 엘리오의 집과 비슷해 보였다.

(왼쪽부터) 요론섬의 유리가하마, 바다 위 배에서 바라본 요론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바다만큼은 영화보다 맑고 투명하고 예뻤다고 자부할 수 있는 청록색 바다가 펼쳐져 있던 요론섬. 운 좋게 바다 한가운데 바닷물이 빠지는 순간에만 드러나는 모래 해변인 ‘유리가하마’도 볼 수 있었다. 엘리오와 올리버 같은 운명적 만남은 없었지만, 같은 숙소에 머물렀던 나고야에서 온 일본인 언니(로 추정) 덕분에 무사히 이곳을 여행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이 언니는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 촬영지도 다녀온 오기가미 나오코 영화 덕후였다.

안경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이치카와 미카코, 카세 료

개봉 2007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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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하마다 민박의 배경이 된 숙소 '요론토 빌리지'와 주변 전경
요론토 민박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음식들

요론섬 구경을 마치고 돌아온 숙소. <안경>의 주인공들이 함께 조식을 먹던 공간 바로 앞에 있는 숙소에서 머물렀는데, 마당이고 레스토랑이고 다른 손님들의 인적이라곤 거의 없었다. 마치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의 시골집처럼 정갈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곳 숙소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거한 혼밥을 했다. 숙박을 운영하는 할머니가 요리를 손수 하나씩 내오셔서 나오는대로 먹으면서 찍느라 흔적이 지저분하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될 줄 모르고 막 찍었다.) 오키나와의 특산 음식들과 사시미, 그리고 식용꽃 튀김이 어우러진 한 상차림이었다.

<리틀 포레스트>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은 식용꽃을 튀겨 먹고, 파스타에 올려 먹는다. 꽃을 식용으로 먹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저 음식들을 싹 비우고 숙소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자니 한결 건강한 돼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2.
영화인들이 꼽는 영화제는? 아마 부산, 전주, 그리고 이번 주 개막하는 부천영화제 정도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꼽는 영화제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가득한 전주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다.

전주 영화제 폐막 당일날 풍경

올해는 영화에 질린 상태여서 쉬는 날에 영화제에 가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러나 결국 그 다짐은 폐막식 전날, 퇴근 후 바로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으며 무너졌다. 폐막날 영화의 거리는 무척 조용했다. 그동안 5월 연휴가 낀 기간에 방문했을 때의 북적한 전주를 떠올려보면 생경한 광경이다. 첫 주말이었으면 어림도 없었을 영화표도 많이 남아 있었다. 조용히 영화만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차라리 폐막일 즈음에 영화제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리틀 포레스트>적인 여행을 꿈꾸며 머문 숙소

역시나 기승전 <리틀 포레스트>. 한옥마을에 있는 초가집 형태의 숙박을 선택했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좀 집요한 것 같다. 영화제에서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보고, 늦은 오후 아늑한 숙소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잠깐 쉴 생각이었는데 일어나고 보니 다음 영화 상영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옆방의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 상태가 최악인 이곳. 그럼에도 낮밤 가릴 것 없이 뜨끈한 방바닥에 누워 빗소리를 ASMR 삼아 꿀잠에 빠졌다.

무주산골영화제 등나무 운동장(출처 무주산골영화제 페이스북)
무주산골영화제 덕유산 국립공원 야외 상영 (출처 무주산골영화제 페이스북)

전주영화제보다 더욱 애정하는 영화제는 국내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무주산골영화제다. 아직 6회밖에 되지 않은 신생 영화제로, 3년째 이곳을 찾은 기자가 보기에 축제로서도, 영화제로서도 점점 알짜배기로 자리매김 중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들 중 좋은 영화들을 선정했다는 점, 가족, 친구, 연인끼리 함께 보기 좋은 야외 공연, 야외 상영이 매일 펼쳐진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 피톤치드 향 가득한 등나무 운동장에서 해질녘엔 가수 정인의 노래를 듣는다. 이어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 <손님 접대법>이 어쿠스틱 팝 밴드의 연주와 어우러져 상영된다. 완전히 어둑해진 늦은 여름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가 상영됐다. 대학생 때 과제 때문에 족히 3~4번은 봤던 영화지만 야외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달랐다. 이 모든 순간들을 하룻밤 사이에 누릴 수 있다니. 내년에 또 찾을 이유가 충분하다. 잠깐! 무주가 끝이 아니다. 9월7일부터 지난해 인생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발견하게 해준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린다. 앞으로도 자연 덕질은 당분간 계속될 듯싶다.

손님 접대법

감독 존 G. 브리스톤, 버스터 키튼

출연 조 로버츠, 랠프 부시맨

개봉 192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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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오브 파이

감독 이안

출연 수라즈 샤르마, 이르판 칸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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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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